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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성공일기

[1편] 창업일기 - 어벤저스가 될 수 있을까?

by 패드로 2020. 3. 24.

창업일기 1편 - 어벤저스가 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을 얘기하자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팀빌딩입니다.

돈이 없어도 스타트업에 도전은 해볼 수 있겠지만,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죠.

대기업과는 달리 스타트업에서는 멤버 한명한명이 제 역할을 잘 해줘야 되고 구멍이 생기게 되면 기업 자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멤버를 구성하는건 창업 아이디어나 BM을 구성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맨 초기 아이디어부터 합류하게 되는 건 가족과 친구일 가능성이 큽니다.

혹은 요즘에 워낙 창업이 많이 뜨니깐 창업 동아리나 창업 관련 아카데미(멋쟁이 사자같은) 같은 곳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시작하는 경우도 있죠.

 

저희팀은 LG계열사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팀원은 회사 내에서 찾아야 하는 팀이었습니다.

아쉽기도, 다행이기도 하지만 제가 합류한 건 어느정도 팀 구성이 끝난 이후였습니다.

기존에 개발 멤버로 내정된 사람이 있었는데 사정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기존 멤버 중 한명의 추천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회사일에 찌들어 금요일에 잠들고, 주말에 일어나 구글 화상회의로 사업 아이템 설명을 듣고 고민하면서 설렜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다만, 지분률 조건에 대해서는 이미 나머지 멤버들이 다 합의가 된 상황이어서 그게 좀 아쉬웠네요. 기획 단계에서 같이 참가했다면 더 초기에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결과가 달랐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상 사내벤처 팀으로는 마지막으로 합류했던지라 지금 생각하면 합류가 가능했던 것만해도 감지덕지입니다.

 

회사에서 모인 멤버는 총 5명으로, 각자 기획 / 운영 / 마케팅 / 개발 / 데이터 구축 중 하나씩을 맡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당연히 회사 내 사람들이었고, 다행히 모두 입사 동기였습니다. 나이 차이는 한두살씩 나지만, 존댓말을 쓰지 않고 편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죠.

 

5명이면 사실 초기 스타트업 치고는 많은 인원으로 볼 수 있지만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회사에 들어오기 전 개발 공부를 했었고, 회사에서도 개발 PM 관련 일을 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서비스 개발을 하기에는 다시 공부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고 시간적으로도 혼자 모든 걸 개발하기에는 사내벤처로 회사 내에서 클 수 있는 기간이 1년으로 한정되어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이 모든 일들을 같이할 수 있는 동업자가 필요했죠. 그리고 다행히도 사내벤처 지원금이라는 무기도 있었구요.

 

마침, 기획과 대표이사를 맡은 형의 지인 중 상황이 딱 맞는 개발자 2명이 있었고, 이력들을 보면서 마인드가 저희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제출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받는 것도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 퇴근 후에 미팅을 하러 갔습니다.

한명은 IOS 앱 개발과 웹 개발이 가능한 개발자였고, 나머지 한명은 안드로이드와 백엔드 개발이 가능한 개발자였습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개발 경력들이 있어 둘을 뽑게 되면 우리 서비스를 충분히 잘 개발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명을 뽑으러 가는데 기존 팀에서 3명이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사내가 아닌 사외에서 합류할 멤버를 찾는 첫 자리고, 각자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싶어했던지라, 그리고 또 개발적 지식이 있는 멤버가 저 뿐이라 참석했고, 면접인듯 면접아닌 면접같은 자리가 진행됩니다.

한명은 전반적인 설명과 비전을 제시해주고, 저는 개발적인 능력에 대해 질문하고, 나머지 한명은 스타트업 적인 마인드에 대해 물어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둘도 당황했을 것 같네요.

어쨌든 저희는 그 2명이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바로 연봉 협상과 스톡옵션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 불렀던 금액이 합의되지않아 중간에 잠깐 나가서 3명이서 논의한 다음 다시 들어가 협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의견만 맞춘 후 금액은 나중에 제시했어도 되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2명이 합류한 7명으로 서비스 기획과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디자이너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멤버가 없었지만, 기획자가 디자이너가 쓰는 툴을 열심히 공부했고, 첫 외주를 통해 받은 틀을 토대로 우리의 입맛대로 바꾸어나가는 작업들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획자가 화면을 그려오면, 모든 멤버가 붙어서 어느 UI가 더 나은지, 어떤 분류 기준 / 정렬 기준이 나은지에 대해 하루의 반나절씩은 논의를 해가면서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한 하루들을 보냈습니다.

 

마케팅과 운영을 맡은 사람은 사실 서비스 출시 전까지는 일이 없고 준비단계라, 데이터 구축 작업을 같이 진행했습니다. 

우리 플랫폼 자체가 데이터 수집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고, 전화 / 인터넷 검색 / 직접 찾아가보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죠.

사무실도 회사에서 내준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을 사용했던지라 한쪽에서는 기획을 고민하고, 한쪽에서는 전화 소리가 들리고, 한쪽에서는 개발을 하는.. 단칸방에 오밀조밀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비슷했던것 같습니다.

 

아직 사람대 사람으로 많이 친해진 상황은 아니었지만, 서비스의 발전과 관련된 얘기라면 열정적으로 나누고, 

같은 비전을 공유하며, 작은 사무실이지만 안에 운동기구를 설치해서 틈틈히 운동도 하고 같이 피자도 시켜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금에도 여유가 있었고, 회사 내 울타리 안에서 우리만의 끈끈함을 다져가며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키워갈 수 있었던 가장 소중한 시간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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