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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체험후기

비염 수술 3일만에 쓰는 솔직 후기 (비용/절차/통증/보험)

by 패드로 2019. 10. 29.

저는 늘 환절기가 오면 한쪽으로만 숨을 쉬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늘 코가 막혀 살았고 사실 이게 비염이라고 알게 된지도 몇년 안되었어요.

비염 수술의 진행 과정이나 느낀점 등을 쓸 거라 좀 길어질 수 있으니 바쁘신 분들은 굵직한 내용만 표시해둘테니 그것 위주로 읽으시면 됩니다.

 

그 이후에 코에 좋다는 노즈스위퍼(코청소기)도 써봤지만 그다지 호전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보니 저는 코 한쪽이 휘어있었고, '비중격만곡증'이라는 이름으로 분류가 되더라구요.

제가 받은 병원에서 해당 설명이 있길래 가져왔습니다.

 

비중격만곡증 설명 - 조앤필이비인후과

사실 이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면 호전이 될거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무섭기도 하고 보험 청구가 되나? 입원하면 회사에는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고 미루다 보니 다시 환절기가 되어 비염이 심해지자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경험한 비염 수술 비용 & 절차 / 통증 / 보험 순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비용 & 절차

비용과 절차는 사실 떼어놓고 얘기할 수가 없어 같이 작성하였습니다.

바쁜 분들을 위해 총 비용만 정리해두면

(사전 검사 13만원) + (수술 당일 입원/수술비 85만원) + (기타 경과 보러 갔을 때 진료비/약 2만원) = 약 100만원

수술을 결심한 당일,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나 주의할 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알러지 검사, 그리고 정확한 코의 상태를 보기 위한 CT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날 비용은 둘 다 합하여 13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알러지 검사의 경우에는 피검사로 진행하였는데 검색해보니 피검사 이외에 피부에 직접 물질을 떨어뜨려 테스트해보는 방식도 있어서 이 점은 병원에서 행하는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제가 혈액 검사형 알러지 검사를 받았을 때 약 4만~5만원 사이 금액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술 당일에는 1일 입원을 합니다. 수술 경과를 보기도 해야 하고 회복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며, 현실적 이유로는 비염 수술 비용이 통상의 실비 통원 비용 한도(20~25만원)보다 높기 때문에 하루 입원을 통해 그 제한을 없애주는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입원시 일정 금액이 나오는 보험도 있고 입원 시 비급여에서 소액을 제한 후 90%까지 보험금 지급)

 

입원 수속을 밟고 나서 병실을 배정받고, 수술 전 후각인지도 / 후각역치 검사를 받게 됩니다.

간호사가 와서 여러가지 약물을 코에 대며, 보기 중 맞는 냄새를 고르시오, 문제를 약 20문항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이게 후각 인지도 검사고, 후각역치 검사는 동일한 약품이 들어있는 병을 농도별로 주며 냄새가 나느냐 안나느냐를 통해 역치가 어느정도인지 알아보는 검사입니다.

다른 분들은 냄새가 확 났다고 하는데 저는 코 바로 밑에 대고도 아리송한 케이스가 많았던 것 같아요.

검사 목적은 수술 후 후각이 둔해지거나, 수술을 받아도 될 상황인지 판단하거나, 혹 재활을 하게 될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검사 후에는 의사선생님께 수술 전체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현재 코가 어떤 상황이기 때문에 숨을 잘 못 쉰다. 그래서 이러한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할 것이다.(저는 왼쪽의 튀어나온 연골을 제거하고 오른쪽의 부어있는 살들을 제거하는 식으로 진행한다고 하였습니다.)

수술을 진행하게 되면 당연히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 때 최대한 물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후에는 곧바로 수술실로 이동하여 수술을 진행합니다.

마취를 진행하고, 그 뒤로는 녹색 천에 눈이 가려져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가장 궁금해하실 부분이 수술 통증 + 수술 시간일 것 같은데요. 수술 시간은 약 40분~1시간 정도 걸립니다. 

수술 통증은.. 우선 마취를 하기 때문에 코 안쪽 연골을 깎거나 살을 제거하는 것 자체가 아프지는 않습니다.

혹시 사랑니 발치를 해보신 분들이 있다면 그 통증의 10%도 안되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만

이 때 부터는 코로 숨쉴 수가 없기 때문에 미리 각오해두셔야 합니다. 

입으로 숨쉬면 된다.. 라고 하지만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

코로 들어가는 마취액이나 기타 알 수 없는 액체들.. 모두 삼키면 안되기 때문에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썩션(액체 흡입하는 의료기기)을 입에 주입해줄 때 타이밍 맞춰 뱉어내야 하는데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입으로 숨도 쉬고, 넘어오는 가래도 뱉고, 동시에 마치 안됬다고 얘기도 해야하고,,, 실수로 약물을 삼키기라도 하면 목에서 쓰고 아린 느낌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게 느껴집니다.

수술이 끝나면 그 유명한 "솜"을 코 안에 가득 채워줍니다. 이거 코에 들어가는 기분은 정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괴랄합니다.

아프진 않은데 눈물은 나고 답답함이 엄습해오는 느낌입니다.

요즘에는 "녹는 솜"이라고 하여 시간이 지날 수록 체온과 체액에 의해 자동적으로 녹는 솜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넣어주더라구요.

코 거즈 및 링겔

저는 수술이 끝나고 수술대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갑자기 휘청거리며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그래서 바로 병실로 이동해서 다리를 높이 들고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팔다리가 차가워져가는게 실시간으로 느껴지고 이러다 큰일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간호사분이 와서 검사해보니 저혈압입니다.. 태어나서 저혈압이란 얘기는 처음들어봤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수술 과정에서 많이 긴장하고 어느 정도 출혈이 있기 때문에 간혹 그런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행히 한 20분 누워있었더니 컨디션이 돌아오더라구요.

저는 친형과 여자친구가 와줘서 함께 있어줘서 많이 의지가 되었는데, 가벼운 수술이라고 혼자 가시기보다는 주변 지인과 함께 가면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 같은 돌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 내서 와준 형과 여자친구

 

수술 후에는 수술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언제 솜을 빼러 오라는 얘기를 듣고 끝납니다. 저는 금요일 오전 수술이었는데, 토요일에 경과를 보러 한번 오고, 월요일 아침에 솜을 빼러 오라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후에는 병실에서 어느정도 쉬다가 퇴원 수속을 밟으면 끝이죠. 아니, 끝이자 시작입니다. 통증 편에서 이어집니다.

 

수술 당일 비용은 85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저는 링겔에 무통주사? 를 추가로 받아서 금액이 좀 더 나온 편인데 인터넷에 금액을 보면 대략 70만원 후반대에서 80만원 중반대 사이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보험 처리를 위한 진단서 및 의료비 상세 명세서 등은 이날 같이 발급받으면 좋습니다.

 

솜을 빼려고 간 월요일에는 1. 솜을 빼고 2. 이상한 액체가 묻은 거즈같은걸 코에 넣어서 남은 피/체액을 닦아내고 3. 의사선생님 면담 후 끝입니다. 솜을 빼면 코로 들어오는 상쾌한 공기가 마약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아직 몇 번의 통원치료가 필요하고 코를 세게 풀면 피가 나오는 등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코를 많이 움직이면 살짝 통증도 있구요.

 

2. 통증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면 의외로 코는 아프지 않습니다. 통증이라고 썼지만 사실 통증은 없기 때문에 "고통"이라고 정정하겠습니다.

 

- 답답함

사람이 코가 갑자기 막힌다는 것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엄청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코로 숨을 쉬려고 했는데 쉬어지지 않으면 사람이 답답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금요일 오후에 이런 답답함이 몰려왔고, 월요일까지 이게 지속된다고 생각을 해버리니 숨을 쉬기가 어렵고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건 심리적인 것이라 최대한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른 요소를 찾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계속 게임만 했어요.

 

- 음식/음료 섭취

원래 음식을 먹을 때에는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고, 코로 숨을 쉬면 됩니다. 근데 이제는 입으로 숨을 쉬고 입으로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원래처럼 밥을 한숟갈 가득 떠서 먹는것? 상상도 못합니다. 입 막혀서 숨 못쉬면 어떡해요? 음료수도 벌컥벌컥 못 마십니다.

음료를 몇 모금 연속적으로 섭취하면 코쪽으로도 공기가 들어갑니다. 근데 문제는 코로 들어간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으니 코에 공기가 차 귀가 멍한것 같은 느낌이 꽤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사래 들릴 것이 걱정되어 저는 매운 음식도 자제했습니다.

 

- 수면

의식적으로 입으로 숨쉬는 것은 쉽습니다. 다만 잠을 자려고 할 때가 고역입니다. 저는 코가 막혀있으면 당연히 무의식 중에서도 입으로 숨을 쉬며 자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첫째날은 그러질 못하더라구요. 입으로 숨쉬다가도 어느새 코로 숨쉬려다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20번 넘깨 깼습니다.

둘째날은 다행이 피곤해서인지 입으로 숨쉬며 잠을 잤습니다. 다만 입이 엄청나게 건조해집니다. 입술, 혀, 입천장이 다 마르고 목구멍까지 수분이 없게 되면 또 이상한 괴성과 함께 잠에서 깨게 됩니다. 이 때도 한 10번 넘깨 깬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입에 젖은 수건을 대고 자면 나아진다고 하는데, 저는 그러면 입으로 숨이 잘 안쉬어져서 가습기를 최대로 틀어놓고 잤습니다.

 

- 지속적인 출혈

코에 솜을 넣어두지만 그 아래 거즈로 다시한번 막습니다. 끊임없이 피와 섞인 알 수 없는 액체가 나오거든요. 퇴원할 때 병원에서 거즈를 약 8개정도 챙겨준 것 같은데 솜을 빼기 전날에 다 써버리고 모자라서 휴지로 코를 막아놓고 잘 정도로 피가 계속 납니다. 저는 침대 옆에 중간 사이즈 택배박스를 두고 거즈와 휴지를 버렸는데 이제 보니 꽉 차있네요.

계속 피가 흐르고 콧물 비슷한게 섞여있다보니 사람들 못만납니다. 야외활동? 못해요. 한다면 최대의 존경을 표합니다.

 

3. 보험

이건 사람마다 든 보험이 케바케라 사실 보험사에 확인해봐야합니다. 그래도 치료 목적의 비염 수술은 보험 처리 대상이기 때문에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도 실손 보험 처리가 가능합니다. 당연히 실비 보험은 가입되어 있어야 합니다.

위에도 나와있지만 통원 치료의 경우 지급 한도가 20~25로 수술 비용에 비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지급받기 위해서는 당일 입원이 되는 병원으로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도 실비 보험 회사에 지급 대상인지 확인 하고 수술 받으러 갔습니다.

 

+성형수술

저도 알아봤던 내용이고 가끔 성형 수술을 같이 할 경우에 대해 보험 문의가 많은데, 보험료 지급 안됩니다.

유투브나 블로그에 비염수술 + 성형수술도 실비 지급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내용들은, 수술을 같이 했을 때 비염 수술에 대한 실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전체 수술 비용에 대한 실비 지급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미용 목적의 성형이 안되는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대충 견적을 보시더니 성형을 하게 되면 약 250만원 정도 들 것 같다는 얘기는 해주셨어요... 외모에 크게 불평은 없어서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비중격만곡증 수술 시 기형적인 연골을 어느정도 잘라내는데, 성형 수술을 같이 할 경우 이 연골을 바로 성형 재료로 쓰기 때문에 같이 진행하실 분들은 함께 수술하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연골을 잘라내 이제 없기 때문에 만약 성형을 하게 된다면 귀와 같이 다른 부위의 연골을 채집하여 재료로 써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이번 생에는 성형수술과 인연이 없나봅니다.

 

+느낀점

많은 고통을 동반했지만, 현재까지는 만족하고있습니다. 수술 비용도 실비로 거의 다 처리가 되었고, 결제 금액으로 네이버페이 포인트도 많이 쌓였거든요. 무엇보다도 그동안 고생했던 비염에서 어느정도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점, 앞으로는 코의 양쪽 구멍으로 숨을 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수술을 고민중이신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시면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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