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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성공일기

[0편] 창업일기 - 내 인생에 스타트업이라고?

by 패드로 2020. 2. 11.

저는 현재 4년간의 정든(?) 대기업 근무를 떠나 스타트업을 시작하여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작한지는 1년이 넘었으니 꽤 되었지만 지금의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라

지금이라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블로그에 글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시작이라기보다는 그 전까지의 이야기들이 주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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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기 프롤로그 - 내 인생에 스타트업이라고?(~2018)

 

저는 인생을 열심히만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은 해두고 남는 시간에 일탈을 즐기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고등학교 무난히 졸업하고, 재수 안하고 대학을 갔고, 성적 장학금은 한번밖에 못받았지만

학고 같은 큰 사건 없이 재학했고, 군대도 타이밍을 딱 맞춰 칼복학하였습니다.

종강 이후에는 방학 때 마다 취업이나 내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꼭 하나씩은 했었고 그 중에서는 서비스 기획캠프나 개발모임, 창업 공모전, 모바일앱개발캠프, 앱서비스 외주 개발 등이 있었습니다.

큰 도움이 된 것들도 있었고 욕심이 앞서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채 끝낸 일들도 있었지만,

나중에 취업할 때가 되니 모두 밑거름이 되어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에 큰 도움이 된 점들을 느꼈습니다.

회사마다 자소서 질문은 다른 점들이 많았지만 저의 레파토리는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2010년 컴퓨터 전공생으로 입학하여 프로그래밍 기초를 쌓고

2012년 삼성 소프트웨어 기획캠프 기획 대상 수상(으로 기획에 재미를 느꼈고 군대를 다녀와서)

2014년 여름 본엔젤스 MAD캠프 8기 5주캠프 수료(로 스타트업 생태계와 앱개발에 흥미를 느꼈고)

2014년 말에는 LG기업 영챌린저로 인턴쉽 수료(로 대기업의 업무 구조와 시스템을 견학했고)

2015년 겨울 VR 기술을 활용하여 글로벌 소프트웨어챌린지 1인팀으로 우수상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결국 인연이 되어 LG그룹사에 2016년 입사를 했습니다.

빠른년생이기도 하고 중간에 쉬었던 적도 없는지라 남자 동기 중에서는 나이로는 거의 막내였죠.

직장생활은 제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는 개발에 관련된 이력을 쌓아왔고, 직접적인 코딩(개발)은 안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기술 직종의 일을 하게 될 줄 알았으나

초기 3개월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신사업 부서로 가서 영업 / 계약 / 구축 / 견적 책정 / 현장 답사 / 신사업 발굴 등 개발직종 신입사원에게는 쌩뚱맞은 일들을 하고 있었죠.

출장도 잦았지만, 신사업이라 선배들도 잘 모르는 일들을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우고 있는 저를 보며 현자타임이 오기도 했죠.

왜냐면 취업 전에 대기업은 큰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고, 그 안의 작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띄게 된다고 들었는데,

저는 큰 시스템도 만들어야 했고, 그 안의 작은 분야들도 다 챙겨야 했기 때문이죠.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일에 대한 보상도 적었기 때문에 보람도 없고 재미없는 일상이 계속되었습니다.

추가로, 안그런 조직이 어디있겠느냐만은, 일하는 스타일이 안맞는 상사가 있었고 일은 넘쳐나는데 그 상사 방에만 들어가면 반나절은 시간 허비가 되고 일은 늘어나있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는 일보다는 그 사람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연말만 되면 조직의 사람들이 다른 조직으로 가려고 눈치싸움을 엄청 했었거든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저도 이 때 눈치싸움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굴렀지만 야근 많이한다고 혼나기도 하고, 야근 안하면 왜 일 안했냐고 혼나고, 퇴근만 하면 기진맥진에 야근/출장으로 약속은 펑크내니 연애고 성당활동이고 제대로 굴러가는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에게는 엄청 힘든 한 해였고, 이게 한 해 더 지속된다면 저는 제 삶과 사람들을 잃게 될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동앗줄처럼 내려온게 스타트업의 기회였습니다.

투자는 과감하게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의 리스크는 적게 가져가려하는 만큼 고민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 온 기회는 삼성의 C랩과 같은 '사내벤처'라는 제도였습니다.

회사 내에서 다른 조직과 별개로 그냥 하고싶은 사업을 1년 동안 하되, 정부와 회사에서 거기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었죠. 초기 스타트업 운영이 매우 힘들다는걸 감안했을 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의 사업이었습니다. 1년이 지난 후에는 분사해서 나갈 수 있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다시 원소속으로 복귀할 수 있는 조건도 있는, 로우리스크 하이메리트였어요.

 

회사에서 1회차로 시작하는 것이니 만큼 회사 사람들은 어느정도 간을 보고 2~3회에 도전하려고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경쟁력은 치열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도 망설이게 되고, 신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분위기가 안 좋은 저희 조직에서는 지원하는 것 만으로도 욕을 먹을 분위기었거든요. 실제로 우리 조직에서 꽤 많은 분들이 지원했더라구요...(탈출의 절실함..)

평소에 스타트업에 대한 아이템을 머릿속에 구상해두지 않았다면 당장 제안서를 만들어서 제출하기엔 빠듯한 일정이라 저도 아이템 구상부터 그동안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들을 다시 꺼내보고 있었는데, 입사 연수 때 같은 반이었던 동기 형한테서 연락이 오게 됩니다.

제가 개발자 커리어를 쌓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 형은 현재 입사동기 5명으로 사내벤처에 지원하려는 팀이 있는데 개발인력 1명이 나가게 되면서 개발 인력이 필요하니 생각이 있냐는 얘기를 했고 그렇게 지금 저희 대표형과 첫 미팅을 구글 원격 화상회의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공고가 뜨기 전부터 사업 아이템에 대한 구상이 있었고 준비를 해왔던터라 다른 팀에 비해 경쟁력이 확실히 있었고, 입사 동기 5명이 지원했다고 하면 젊은 스타트업이라는 이미지도 부각되면서 스토리 상으로도 괜찮을 듯 하여 뽑힐 것 같았습니다. 또한 사업 아이템과 대표 형의 전공, 이력이 일치하면서 신뢰도 또한 있었구요.

저는 조직 내 눈치를 보다가, 결국 팀장님께만 살짝 허락을 받고 지원서에 제 이름을 올렸습니다.

될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지금 지원 안해보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확률은 낮아서 별 기대는 안한다" 등의 밑밥은 깔아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랬어야 했나 싶었지만, 그 때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합격했다는 전화 메시지가 사내벤처 팀 방에 공유되었을 때 화장실에서 이어폰끼고 들었는데 그 때의 희열은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직장인 마의 3년차를 지나면서 무료하기 짝이 없었던 일상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는 느낌과, 이제서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감을 얻었거든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때의 기억에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합격 발표가 나고 나서는 인수인계 준비를 하고, 벤처 사업의 아이템 기술 구성도 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직접 팀 이름도 정하고 동기 형들과 만나서 이런 저런 비전 얘기도 많이 했죠. 입사동기들도 1명을 제외하곤 얼굴만 알고 있는 상태라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었죠.

팀 이름은 각자 의견을 내서 정했었는데, 끊임없이 발전하자는 뜻으로 'We Train"이라는 팀명을 제안했었는데 기쁘게도 팀 이름이 되었고, 현재는 법인 명이 되어있네요.(군대에서 KATUSA 제식 때 "We Train The Best!"라고 외쳤던 게 기억이 나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두근두근한 연말을 보내고, 새로운 조직 발표 이후 2019년 1월, 사내벤처팀 '위트레인'으로 출근을 시작하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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