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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생각일기

배민 수수료 개편한게 왜? 플랫폼은 땅 파서 장사하냐?

by 패드로 2020. 4. 8.

최근 핫이슈 뉴스들을 쭉 보고있자면, 배달의민족 키워드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바로, 배달의 민족에서 수수료 요금제로 개편하면서 특히나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아직 내용을 모르신다면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배달의민족 독점, 수수료 논란 3분 정리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독과점 논란 이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www.bbc.com

해당 내용을 보고 씁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네이버를 포함한 여러 사이트 댓글을을 보자면, 배달의 민족을 "서민들 피 빨아먹는 기생충" 취급하기도 하고

배달의 민족이 독일 회사에 인수된 것을 비꼬아 "게르만 민족"이라고 부르는 댓글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기존 1위 앱이었는데, 2,3위를 차지하던 회사와 합병을 했으니 이제 독과점이겠다!

바로 요금을 올려 이익을 추구하기만 하는 회사다! 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배달의 민족 관련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예전에 연예인들한테 쿠폰을 막 뿌리고, 일반인들과 차별된 혜택을 제공했을 때에는 오히려 안좋게 보기도 했죠.

 

다만 지금의 상황은 너무 과열되었고, 문제점들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점들을 나열해보자면

 

1.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객관적인 판단 부족

배민 수수료 관련 검색을 했을 때 나오는 글 목록입니다. 수수료 폭탄꼼수 인상, 수수료 논란 등 자극적인 멘트는 다 적어놨네요.

기사 전문을 읽지 않고 헤드라인과 주요 내용만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헤드라인만 봤을 때에는 수수료를 과다하게 인상시켜서 반발이 일어났고, 그래서 사과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깁니다.

어느정도는 맞지만 배민 수수료가 진짜 높아진건지, 수수료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비용이 증가되는건지, 팩트 체크를 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실제로 기사를 들어가보면 명확히 수수료가 증가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존에 매출 좋은 회사들이 여러 광고를 등록해서 똑같은 업체가 계속 보이는 현상을 막기 위해 수수료 제도를 '개편'했다는 얘기 뿐이죠.

실제 수수료율은 줄어들었고, 이건 배민의 주장에서도 50% 이상의 업체가 내는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뭐.. 이건 사실 배민의 주장이기도 하고, 나중에 재무제표를 까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죠.

실제로 배민의 수수료율은 업계 최저가 맞습니다. 5.8%.. 실제 배달앱 대안으로 잠깐 얘기가 나왔던 쿠팡이츠나 타 플랫폼을 봐도 10%는 귀여운 수준이고 30~4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곳도 있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뭐 저것도 과장된거라고 쳐도, "업계 최저 수수료율"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갖고 나왔다는건 거짓은 아니겠죠.

 

2. 플랫폼 사업자는 도둑놈이라는 인식

"전화로 배달시키자" 라는 주장을 보면, 앱을 키고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선택한 다음, 메뉴를 다 선택하고 나서 

"네이버에 해당 음식점 검색해서 전화하자" 라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마인드가 이해가 안되는게, 배민을 통해서 음식점을 검색하고 메뉴를 고르는 "편의성"은 인정을 하면서,

그 편의성이라는 가치에 지불되는 돈을 부당한 착취라고 얘기한다는 것 아닌가요?

 

만약 그 가치가 없다 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배달의 민족 앱 안쓰고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되겠죠.

그게 시장의 원리입니다. 

 

댓글 말대로 플랫폼이 아무것도 안하고 사업자 돈만 야금야금 뽑아먹는 존재라면, 사업자들은 바보일까요? 왜 배민에 수수료 내가면서 다 쓰고있는걸까요? 

배민같은 플랫폼은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수많은 기획자들의 기획력과, 개발자들의 개발력, 디자이너들의 피땀으로 사용자와 사업자를 연결시키기 위한 고민의 집결체입니다. 

배민이 글씨체나 만들고 치믈리에 대회만 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죠?

 

기존에 배민 없을 때 사장님들 어땠습니까. 

전단지 다 직접 만들어야되고 직접 배달하는 직원 구해야되고 배달할 때 필요한 1회용 그릇, 젓가락, 숟가락 다 직접 구해야되죠.

요즘엔 그냥 배민 라이더스에 배민 용기 쓰면 되고 전단지 만들 바에 앱에 등록만 시켜두면 자연스레 홍보 됩니다.

 

배달시장 자체의 파이를 50% 이상 키운 것도 배민을 비롯한 배달음식 플랫폼 업체들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죠.

 

3. 공공 배달앱이 웬말이냐..

선거 시즌이라 그런걸까요? 정치인들의 대응이 굉장히 빠릅니다.

이재명 지사님부터 시작해서 공공 배달앱 만들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공공 배달앱.. '공공'들어가는 건 전 지원사업은 좋다고 보지만 아주 부정적입니다.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건 자아실현도 있겠지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려야 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고민을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UI와 마케팅, 홍보, 시스템이 나올 수 있는 건데, 공공에서 과연 이게 될까요? 

 

담당자 정해놓고 예산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서 외주 주고, 외주는 또 하청 주고, 고위급 인사 입맛에 맞춘 UI 구성에, 어디서 만들었다는 로고 큼직하게 박혀있고..  지금 환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막상 그 앱이 실제로 나온다면 불편한 시스템 감안하고 잘 쓸지 의문입니다.

 

따릉이 아시나요? 서울시에서 공유자전거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취지를 포함해서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만, 앱 결과물을 보면 한숨만 나오는 수준입니다.

그나마 따릉이는 "앱"이 직접적인 서비스가 아니고, 앱을 통해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이 주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가봐도 "공공"앱 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 납세자로써 내가 낸 세금으로 제 2의 배달따릉이 만든다고 하면... 에휴...

https://brunch.co.kr/@supernova9/180

 

따릉아! 문제는 UX/UI야!

공공기관 앱계의 디아블로 따릉이를 구원해보자! | 얼마 전 따릉이를 타려다 스마트폰을 보도블록에 내려놓고 '답답해!!!!! 죽겠다!!!!!!!!’ 하고 소리를 지를뻔했다. 따릉이 앱 사용이 미친 듯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기획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지간해서는 다른 서비스를 욕하지 않는데 우리의 따릉이 앱은 정말 선을 넘다 못해 38선까지 넘어버린 녀석이다. 도대체 어떻게 탄생한 앱인지는 모르겠지만

brunch.co.kr

그럼 배민이 다 잘한거야?

그럼 배민이 다 잘한건데 국민들은 SNS로 "전화운동" 괜히하고 정치인들은 표 얻으려고 하는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솔직히 지금 코로나 사태가 아니고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이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건 아마 배민에서도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아래 사과문을 보면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라고 되어있듯, 요금제에 대한 반성보다는 이 시국을 반영하지 못한 발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죠.

일부에서는 이게 제대로 된 반성문이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원상복구를 원한 걸까요?

배민의 실수는 "굳이? 지금?" 입니다.

코로나 관련해서 많은 기업들이 "착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짜로 인강을 뿌리고,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내리고, 식당은 힘내라고 음식 값을 내립니다. 뿌릴 게 없는 기업들은 기부금을 뿌리기도 하죠.

 

모두가 "착할" 때 논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게 배민의 실책입니다.

더군더나 최근에 독일 기업에 인수합병 된다는 얘기가 뜨면서 "외국에 우리 기업 팔았다", "배달앱 독과점이다" 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싫어할 이슈를 2개나 갖고 있는 점도 문제죠.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가는 대기업들도 외국인 지분률이 반 이상인 곳이 상당하고 배당금도 다 그리로 가는데, 약간 이해가 안되는 여론이긴 합니다.(실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는 외국인 지분률이 각각 50% 이상/ 80% 이상입니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희망인데 배민은 이제 우리 민족이 아니다? 흐음...

 

어쨌든 배민은 국민들의 신경이 곤두서있는 이 상황을 읽지 못한거죠.

마케팅 관련해서는 배민이 참 잘나갈 때도 많은데 삐끗하는 실수도 많은 것 같아요.

 

위 의견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저는 배민이랑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다를 수 있고, 이 사태와 더 많이 관련된 분들은 속사정을 다 알고 비난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확고하지 않은 자기 신념을 갖는 일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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